윤동주 – 쉽게 씨워진 시(詩)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실(寢室)에 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 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 나팔소리 들려 올 게외다.
毘盧峰 萬象을 굽어 보기란—— 무릎이 오들오들 떨린다. 白樺 어려서 늙었다. 새가 나비가 된다. 정말 구름이 비가 된다. 옷 자락이 칩다. 一九三七•九•
山峽의 午後 내 노래는 오히려 섫은 산울림. 골자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午後의 瞑想은 아— 졸려. 一九三七•九•
오줌싸개지도 빨래줄에 걸어논 요에다 그린지도 지난밤에 내동생 오줌싸 그린지도 꿈에 가본 엄마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벌러간 아빠계신 만주땅 지돈가? 一九三六•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꼬…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들어 집으로 온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